2025. 8. 10. 17:53ㆍ리뷰하기, 테크
최근 서비스 런칭을 위해 매우 바쁜 직장 일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민형사 고소로 인해 블로그에 글을 투고 하지 않았다. 세 가지의 취미였던 헬스, 공부(블로그), 데이트 중 데이트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잃은 몇 달이었다. 인생을 취미와 더불어 온 사람이라 취미를 잃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난스트레스를 받으면 체중이 감소하고 과소비를 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난 12kg을 잃었고 폴드 7과 워치 8을 얻었다.
나의 스마트폰 일대기는 뭐 그리 길지 않다. 갤럭시 노트 4를 시작해 갤럭시 S7+, 아이폰 12 프로, 아이폰 SE 3 세대를 썼었다. 대체로 큰 화면을 선호하던 나였지만 올해 1월 아이폰 SE로 회귀 해버렸다.
아이폰 12 프로는 정말 좋은 폰 이었다. 갤럭시만 쓰던 나에게 ios를 알게 해주었고, ios 특유의 그 최적화와 부드러움이 계속 유지되어 놀라웠다. '어쩌면 이 폰을 평생 쓸 수 있겠는데?' 하는 망상 속에 살게 해주었다. 그러던 중 모바일 게임을 하지 않는 나에게 성능은 부족함이 없었으나 그 무게에 신물이 나버렸다. 쌩폰 무게는 187g 이고 맥세이프 케이스와 필름을 추가하면 200g을 훌쩍 넘어갔다. 채 손바닥만한 크기도 되지 않는 스마트폰이 이 무게나 된다는 것은 내 손목을 향한 심한 결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올해 1월 아이폰 SE로 바꿨다. 아이팟 터치 때 쓰던 그 감성. LCD화면과 홈버튼 그리고 베젤. 144g 이라는 가벼운 무게. A15 Bionic 칩이면 내가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아이폰 SE 특유의 카메라 감성까지 더 해지니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반 년쯤 썼을까. 갤럭시 폴드 7 에 대한 루머가 여기저기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갤럭시는 웃기게도 언팩하기 전에 대부분의 사양들이 유출된다. 고도의 홍보 방법일까? 아무튼 그 루머들은 대체로 이런식이었다.
"역대급 무게와 두께!", "중국 폴더블 초비상!", "외계인 : 더 이상 전수할 기술 없어 유감..."
원래 큰 화면을 선호하기도 했고, 가벼운 무게도 좋아한다. 그리고 성능이 좋다면 테크충으로써도 더 좋지 않은가? 또한 법적 공방을 하면서 통화 녹음의 절실함도 느꼈기 때문에 갤럭시로 바꿀까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230만원 부터 시작하는 가격과 SE로 바꾼지 얼마되지 않아 안사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하지만 사건은 하남 스타필드 일렉트로마트에서 일어났다. 폴드 7을 직접 체험해보며 나는 낙심했다.
"안사고는 베길 수 없다. 너 고생했잖아. 너를 위한 선물이야. 통화 녹음해야지?"
내 심장에 삼성이 불을 지폈다. 그러고는 낙심한 나에게 삼성전자 직원이 와 말을 걸었다.
"오늘까지 현대카드 행사입니다."
"512GB 얼마까지 가능 한가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직원분은 현란하게 계산기를 두드리셨다. 무슨무슨 할인 얼마... 오늘까지인 현대카드 할인 얼마... 워치까지 하시면 얼마... 특별히 그대에게만 얼마... 계산기 위에서 춤추는 손가락은 마치 태국 야시장에서 코끼리 조각상을 흥정하던 푸근한 주인장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최종 화면에 표출된 가격은 내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나는 영화의 한 장면 처럼 그에게 한 마디 대사를 던졌다.
"허락맡고 올께요."
나는 여자친구에게 달려가 현재 상황을 전했다. 부인이 될 사람이기에 상의가 필요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별 소리 없이 "사고 싶으면 사~" 라는 입장이었다. 마치 프로포즈 같았다. 그래서 나는 같이 가서 악마와 계약을 하듯 이게 맞나 라는 의구심을 품으면서 폴드 7을 들고 다닐 미래를 생각하며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약 6년 만에 ios에서 안드로이드로 돌아갔다. 출시 후 바로 사용해서 약 2주를 사용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족이다. ios 대비 간단한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장점
- 통화 녹음
- 압도적인 멀티태스킹
- 무게와 두께
- AI 기능들
단점
- 최적화
- 페이스 ID
- 너무 많은 설정 요소
약간 애플 OS 들은 이런 느낌이 있다. "우리 천재적인 애플 직원들이 모든 설정 값을 맞춰 놨으니 소비자는 닥치고 복종하시오.". 그 덕분에 다양한 설정들을 직접 하지 않아도 알아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다만, 갤럭시는 "니들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으니 모든 설정을 가능하게 해놓았다. " 이런 느낌이다. 예를 들어, 아이폰은 와이파이가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알아서 꺼지고 켜져 간편하지만 갤럭시는 아니다. 물론 그 기능을 킬수는 있지만 그렇게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배경화면 사진 위젯도 아이폰은 자동으로 사진들이 표출 되지만 갤럭시는 직접 앨범을 설정 해주어야 한다. 이 밖에도 너무나 할 설정들이 갤럭시에서는 너무 많아 귀찮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실 ios 와의 비교는 취향의 영역인 것 같아 이쯤 정리하고 기능을 위주로 살펴 보겠다.
디스플레이
거의 그냥 뭐 태블릿이다. 커버 디스플레이도 일반 바형 스마트폰 만큼 크고 펼치면 진짜 태블릿이다. 주사율도 120Hz에 AMOLED 디스플레이는 아름다웠다. HDR도 과하지 않은 느낌이라 너무 좋았다. 또한 그 동안 폴더블의 단점이라고 여겨지던 접힘 부분과 화면이 우는 현상은 체감되지 않았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느껴지지만, 굳이 이리 디테일하게 보지 않는 이상 사용함에 있어서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 정도 화면 크기와 디테일에 215g 이라는 무게는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 화면이 크다보니 활용도도 매우 컸다. 폰으로 크롬 원격을 접속해 간단한 업무를 볼때가 있는데 폴드 7이 너무나도 유용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거나 사진을 보기에도 좋았다. '애프터 양' 이라는 작품을 봤는데 아름다운 미장센을 손에서 볼 수 있다는게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다. 게임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디스플레이가 매우 좋은 장점이 될 곳 같다.
배터리
처음에는 사실 당황했다. 배터리가 너무나도 광탈했기 때문이다. 이미 배터리 성능이 70% 대로 떨어진 아이폰 12 프로와 아이폰 SE를 써온 나에게 보조배터리는 일상 이었지만 최신 기기에서 이 정도 배터리 타임은 실망 스러웠다. 너무 의아해 설정에서 배터리 탭을 들어가보니 '사용자 패턴 학습중... ' 이란 말이 있어 조금 더 지켜본 결과 한 일주일 정도 쓰니 배터리가 안정되었다. 광탈 되지도 않고 오래갔다. 100 프로로 출근해 퇴근 할 때까지 충전 안해도 넉넉했다. 아이폰 SE를 반으로 부숴버리고 싶었다.
카메라
뭐... 좋다.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난 항상 갤럭시 플래그쉽 폰들이 아이폰 보다 좋다고 생각했다. 색감이나 이런거는 당연히 취향인 부분이겠지만 퀄리티 자체는 갤럭시가 더 좋다고 본다. 물론 후보정이 좀 들어가는거 같긴 하지만 이건 설정에서 조절도 가능하다. 원래 사진찍는 것을 좋아해서 아이폰 12도 프로로 샀었다. SE로 넘어가면서 카메라 성능은 아쉬웠다. 감성의 영역을 빼곤. 하지만 폴드로 바꾸고 나서 지나가다가 카메라를 켜는 일이 많아진다. 접사 기능은 스마트폰에서 처음 써보는데 이것도 참 신기했다. 네이버 마이박스 용량을 키워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AI 기능
최근 스마트폰 트렌드는 AI 기능을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이 전은 카메라 성능이 트렌드 였고, 그 보다 전은 폼팩터 였는데 최근은 AI다. 애플이 그 동안 트렌드를 이끌어 왔지만 AI 분야에서 지지부진 하긴하다. 그래서 내 애플 주식이 개박살 났지만... 여튼 갤럭시 25를 출시할 때 코엑스 팝업에서 AI 기능들을 소개 받고 써본 적이 있었다. 그때 갤럭시를 다시 쓰고 싶었다. 매력적이었다. 이번에 실제로 써보니 너무 나도 좋았다. 특히 갤러리에서 사진을 편집할 때 AI 지우개 기능은 너무나도 유용했다.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딴 사람이 걸려 아쉽게도 쓰지 못하는 경우에 갤럭시 AI가 처리해준다. 퀄리티는 소름 돋게 좋고 속도도 빠르다.
사실 '스케치 변환' 기능은 그닥이다. 이 밖에도 오디오 지우개 기능이나 자잘한 AI 기능들이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부족한 부분은 Gemini가 채워준다. 사전 예약 혜택으로 Gemini Pro 6개월 구독권을 줘 활용 중이다. 네비게이션 바 부분을 길게 터치하거나 잠금 버튼을 길게 누르면 Gemini가 바로 나온다. 그래서 화면에 대해 질문 하거나 써클 투 써치 기능이 이용 가능하다. 빅스비 또한 유용해졌다. 시리는 활용을 제대로 해본적이 없다. "시리야~ 랩해봐~" 이런거 빼고는. 빅스비는 문맥을 잘 이해해 다양한 설정들에 대해서도 자연어로 질문이 가능함이 너무 좋았다.
그밖에
그 밖에 장점들 몇가지를 간단하게 정리해보겠다. 삼성페이나 티머니 서비스 장점이다. 지갑을 안들고 다닌다 이제. 와이파이 6를지원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웹 서핑이 가능 해졌다. 또한, 음성 녹음을 할 때 자동으로 전사를 해주고 화자 구분까지 해줬다. 회사에서 회의한거를 녹음하고 리뷰 할 때 너무나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워치 8
다시 구입하던 그 시점으로 돌아가보면 워치 8도 현혹되어 구매했다. 클래식은 디자인이 너무 투박했고 나는 그냥 워치 8 44mm를 샀다. 화면도 시원하고 디자인도 퍽 마음에 들었다. 사실 나는 워치를 운동용이나 알림 보기용으로만 활용해 딱히 장점은 잘 모르겠다. 다양한 측정 기능(항산화 지수, 최종단화산물 지수, 에너지 점수 등) 은 굳이 측정해서 뭐하나 생각이 들고 광고에서는 Gemini 기능을 많이 어필하는데 워치로 활용할 일이 뭐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리고 많은 기능은 수면 중에 착용해야 나오는 것들인데 그럼 도대체 충전은 언제하란 말인가. 오히려 나는 애플 워치보다 최적화 적인 부분에서 많이 아쉬움을 느꼈다. 미세하게 끊기는 느낌이나 이런게 있달까? 딜레이도 좀 있는 것 같고. 또, 디지털 크라운이 없는 것도 조금 아쉽다. 워치 쪽에서는 아직 애플에게 남아 있다.
전체적인 단점
폴드 7과 워치 8 에서 느끼는 단점은 명확했다. 부드러움이었다. ios는 참 부드럽다. 다양한 앱들이 최적화도 잘되어 있고 사용자로 하여금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만으로 기쁘게 해준다. 갤럭시는 2주 정도 사용해보니 이런 점이 부족했던 것 같다. 다만, 이것도 논쟁의 여지는 있다. 마치 대한민국 보다 북한에서 체제아래 국민이 단합이 더 잘되는 느낌이랄까? 보수적인 ios가 안드로이드 보다 부드러운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다. 물론 이것이 사용자 경험에 큰 해를 끼칠만큼의 단점은 아니다. 그저 긁어 부스럼 만들기 정도?
결론
오늘도 결론을 써야하는 날이 왔다. 뭘 써야하는가? 그냥 18개월 할부를 후회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나도 좋은 경험을 이어가고 싶다. 이번 폰은 꼭 오래 써야지. 오늘도 영화를 추천하겠다. 바로 갤럭시 폴드 7으로 처음 본 영화인 '에프터 양' 이다. 최근 몇 년간 할리우드 에서는 이민자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1세대 이민자들 미국에 치열하게 정착을 하고 그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에프터 양' 도 이민자에 관한 영화이다. 사실 표면적 주제는 이민자이지만 숨겨진 주제는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정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AI에 관련된 영화라는 점에서 이번 리뷰와 약간의 연결점이 있는 것 같다. 생각을 하게되는 영화 '애프터 양' 을 추천하면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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