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스 랩탑 7 언박싱

2025. 3. 25. 01:03리뷰하기, 테크

학창 시절에는 부모님이 사주신 LG 노트북(혹은 gram)을 주로 사용했다.
학업용으로 사주셨기 때문에 내 입맛은 그다지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군침을 흘리던 나는 대학에 들어가 내 돈으로 노트북을 샀다.
유니크하지 하지만 튀진 않고,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한 번쯤은 뒤돌아보게 되는 그런 테크템을 좋아하는 나의 심장을 두들기는 제품을 CES에서 발견했다.

ASUS ZenBook Duo

대학생인 나에게 최고급 모델은 부담스러웠고 엔트리 모델을 구매했다.
영롱한 듀얼 스크린에서 오는 압도적 감성.
가난한 자취생, 한솥 도시락 돈치 고기고기 먹을 돈으로 돈까스 도련님 사 먹어가며 할부금을 갚아 나갔다.

그때보다 가격이 조금 오른듯 하다.

ZenBook Duo는 영화관, 코딩 머신, 과제 머신, 추억 저장소가 되었고 나에게 상장, 성적 장학금, 졸업장을 주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우리의 우정은 작년 초쯤 한 순간에 무너졌다.
습기를 머금은 걸까. 아니면 쉬고 싶었던 걸까.
오랜만에 켜본 ZenBook Duo는 숨을 쉬지 않았다.

살아라, 부디.

집 앞 Asus 공인 수리센터에 입원을 시켜보았지만 보증이 끝난 이것에게 내려진 수리비는 ‘120만 원’.
메인보드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눈 좀 떠봐. 왜 충전을 먹지를 못하니.

온보드 램을 품고 있는 메인보드는 이것에게 영혼이었다.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가 떠올랐다.

메인보드가 바뀐 ZenBook Duo는 진정 나의 ZenBook Duo일까?

나는 선생님께 ssd만 뽑아달라는 부탁과 개복 수술비 3만 원을 지출한 채로 무거워진 발걸음을 옮겼다.
그 후 나는 지난 사랑을 잊듯 랩탑과는 거리를 두었다.
그러곤 찌질한 나는 과거를 곡해하기 시작했다.
너무 무거웠어...
발열이 심했어...
피크 밝기가 너무 낮았어...
배터리 타임이 너무 짧았어...

갖은 추억이 담긴 너.

그렇게 세월은 흘러 25년 3월.
인터넷 스토어 리뉴얼 기념으로 다양한 행사를 한다는 배너를 마주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한 랩탑.

Microsoft Surface

항상 탐나던 두 개의 랩탑이 있었다.
서피스와 씽크패드.
시크하고 날렵하지만, 타협하지 않는 저 심플함.
하지만 성능에 비해 도도한 가격.
見物生心.
너무나 갖고 싶던 나머지 오프라인과 온라인 스토어에서 그들을 피해왔다.
하지만 이번 행사로 가격이 타협되었고, 이성을 잃은 나의 손가락은 이미 “구매” 버튼을 향해 있었다.

네이버로 샀는데 하루만에 왔다. 쿠팡 주가가 궁금해진다.

서피스 랩탑 7에 있어서 나에겐 타협되지 않는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었다.
155만 원이라는 가격에 적합하지 않은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성능이 조금 떨어져도 상관없다.
랩탑의 성능은 무게와 비례하고, 배터리 타임에는 반비례하는 아이러니함은 랩탑이라는 이름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휴대성, 단순 사무 업무, 간혹 영상, 원격 코딩만 되면 난 만족이다.
갖가지 할인을 더해 90만 원이 된 서피스는 이제 내 품에 왔다.
예쁘다.

패키징도 예쁘고
기기도 예쁘다.

남자는 그거면 됐다.
코파일럿+ PC라는데 관심 없다.
어차피 GPT 쓸 거다.

치워라. Cortana의 후손이여.

터치스크린도 안 쓸 거고, 피크 밝기가 600 nit 밖에 안 되는 HDR도 필요 없다.
그저 예쁜 사무용 그거면 된다.
서피스 프로를 사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패드 프로가 있는데 굳이 2 in 1 모델을 살 필요도 없을뿐더러 USB A타입 포트도 없고, 알칸타라 재질의 키보드는 오염만 되기 때문이다.
잘 깎여진 “알루미늄 바디” 그거면 된다.

곡률에서 케냐 깊은 땅속에서 수만년 동안 응축되었던 다이아몬드의 힘이 느껴진다.

그래도 리뷰니 장점, 단점을 나열해 보겠다.

내가 생각하는 장점

  • 120hz 가변 주사율
  • Window Hello
  • 타건감
  • C타입 충전
  • 디자인


내가 생각하는 단점

  • 행사 안 할 때 가격
  • 256GB SSD
  • ARM
맥북의 그것과 닮은 충전기도 장점?

애초에 성능을 원하는 사람들을 서피스를 고르지 않을 거이기 때문에 큰 단점은 없다.
대 AI 시대이기 때문에 램도 넉넉하고, 사무용에 모자람 없는 CPU이다.
다만 ARM인건 열받는다.
이유 없는 원론주의자의 분노이긴 하지만 PC에 ARM은 좀 그렇다.
아직까지 x86 기반 아키텍처만 지원하는 웹 및 프로그램이 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상황을 마주한다면 난 팀 쿡을 원망하겠다.
M1이 이러한 트렌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태블릿까지는 이해(내가 M1 아이패드를 쓰기 때문은 아니다. 진짜.)하겠으나 PC는 아니지.
그래도 스냅드래곤 좋아하니까 믿어보겠다.

우렁찬 울음을 내뱉으며 부팅된다.

ZenBook Duo와는 ‘노트북’의 라이언 고슬링처럼 사랑했더라면, 서피스 랩탑 7과는 '라라랜드‘의 라이언 고슬링처럼 사랑하고 싶다.
풋풋하고 유치함은 적지만 조금 더 현실적이고 조금 더 미래지향적인...

사운드의 공감감도 뛰어나다. 기업 이름만 따와 튜닝 by 박아버리는 제조사들보다 좋다.
HDR은 티가 잘안난다. 말 장난 같지만 HDR 영상을 HDR 로 플레이하는 장면을 HDR로 찍지 않았다.

좋은 글쟁이는 못 될런지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글을 볼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화나 하나 추천하겠다.
난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왓챠피디아에 기록한 영화 평가만 571편이나 된다.
오늘의 영화는 “애프터썬“이다.
언젠가는 영화 리뷰도 할 날을 기약하며.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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